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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1.06.04 건강한 교회?

org date: 2011. 12. 26. 16:30 

건강한 교회?

요즘은 교회 주보를 보면 나름대로 교회를 소개하는 타이틀이 붙어있는 것을 자주본다.
최근 몇년 전부터 기업 경영적 관점에서 비전을 분명히 하기 위해 핵심 가치를 선명하게
제시했던 것이 이제 교회에 들어와서 유행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문제가 있다.

기업과 교회는 그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기업은 나름대로 핵심가치를 정하고 제시할 수 있지만 교회는 그렇지 않다.  교회의 머리는
예수님이시다. 또한 바람직한 교회의 모습에 대해서는 이미 성경에 제시되어 있다. 각 지역
교회가 임의대로 핵심가치를 부여할 권위도 없다. 지역교회가 강조점을 어디에 두겠다고
정할수는 있지만 하나님 말씀에 따를 때만 정당성을 인정받을 것이다. 우리 교회는 어떤
핵심 가치를 가진, 어떤 비전을 가진 교회 라고 광고하고 자랑하는 것은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니다.  머리되신 예수님이 강조되어야 하고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는 교회면 충분하다.

어찌되었든 이미 정하기로 한 것이라면 소위 '핵심가치'는 교회마다 크게 다르지 않아야
한다. 좀 더 나아가 교파, 교단에 따라 좀 다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같은 신학을
따르는 교회가 정하는 핵심 가치와 주장이 서로 상이하다면 문제가 있다.

교회의 핵심가치와 주장은 신학을 반영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교회,구체적
으로 목회자가 지향하는 목회의 신학이 분명히 드러나는 곳은 어디란 말인가?

요즘 '건강한 교회'를 지향하는 교회들이 상당히 많다.  교파싸움, 신학싸움에 진저리
가 났는지 신학적 표현을 쓰지 않으려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누가 보기에도
중립적인 '건강한 교회'라는 표현을 쓴다.  일단 듣기에 초교파적이고 건전해보인다.
'웰빙'이니 하면서 건강을 중요시하는 시대의 흐름과 맞아 떨어지는 것일까?

그런데 무엇이 '교회의 건강'인지에 대한 언급은 없다. 그저 서로 싸우지 않고 적당한
양육 프로그램이 있고 사회적 기여도 하면서 '신학 냄새'를 드러내지 않으면 건강한
교회일까? '건강한 교회'는 신학과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는 단어이기 때문에 자유주의
교회나 보수주의 교회 모두 신학과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다.  '건강성'에 대한 정의가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교회 역사적으로 보면 보수주의 혹은 전통적인 개혁주의 교회가 자유주의와 싸워온
것은 그저 당파싸움이 아니라 중요한 신앙고백과 관련된 싸움이었다. 신앙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교회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제 교회의 '건강'이라는 말은 교회의 정체성과 상관없이 모나지 않고 무난하게
성장하는 교회를 지칭하는 말이 되어버린 것 같다.

요즘은 교회 성장이 가장 큰 관심사이다 보니 교회가 성장하는 것과 '건강한 교회'를
관련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양적성장만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을 드러냄으로써
질적성장이 '건강한 교회'로 표현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유야 어찌되었던 교회의 건강이 무엇이냐에 대한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건강한 교회'
를 핵심가치와 비전으로 제시하는 것은 교회의 신학적 정체성을 모호하게 만들 가능성이
많다.

개혁주의 교회는 개혁주의를 추구하는 것, 성경과 하나님중심의 교회를 추구하는 것이
가장 건강한 교회가 될 것이다.

'건강한 교회'라는 말은 또 다른 문제점이 있다.  교회의 상태를 단순히 건강한 것과
병든 것으로 보는 관점이 문제이다.  교회는 완전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 아니다.  항
상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성화되어 가는 과정에 있는 성도들의 모임이다.  '건강한 교회'
라는 말이 교회의 영적 상태에 대한 잘못된 환상을 심어줄 수 있다.  '우리교회는 건
강한 교회'라는 말을 할 때 문제가 없는 교회인 것처럼 착각할 수 있다. 특히 대형교회,
유명한 교회에서 그럴 가능성이 많다.

교회는 끊임없이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야 한다.  그러나 어떤 시점에서 교회 전체
혹은 그 안의 성도 한 사람이 하나님의 말씀에 불순종했다고 해서 교회가 건강하지 못
하다고 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한 번 하나님께 순종했다고 '이 교회는 건강하다'고
단정지을수도  없다.  순종과 불순종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교회가 건강한가는 교회의
영적 상태를 판단하는 말로 사용되는데 적절하지 않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영적 상태
를 판단하는 기준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고 있는가'이다. 교회는 그것을 향하여
나가야 한다. 현재 어떤 상태에 있는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지속적으로 가고 있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건강/불건강이란 말이 어떤 임상적 치료만 받으면 곧 불건강이 건강하게 될 것 같은 생각
에 빠지기 쉽게 한다.  신앙생활은 그처럼 단순하지 않다.  끊임없는 영적싸움의 연속이다.
전쟁이 계속되고 있을 때는 한 번의 승리가 아니라 전쟁이 끝나기 까지 어떻게 계속 싸워
나가느냐가 중요하다. '건강한교회'라는 말로 영적인 긴장감을 늦추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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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작은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