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과 삶

org date: 2011. 12. 26. 16:55 

 

한국에서는 보수적인 장로교의 교세가 강하다. 특히 개혁주의를 표방하는 교단과 교세가 많다. 
그런데 내가 모태신앙이면서도 교회에서 칼빈주의라는 말을 들어보았어도 칼빈주의가 무엇인
지 신학교에 가기 전까지는 제대로 들은바가 없다. 그저 자유주의에 대항하기 위해 지켜야할
신학의 보루라고만 여겨져 왔다.  한국교회의 전통이 신학보다는 목회, 교회 성장에 관심이 많
아서 그럴수도 있을 것이다.  나도 신학교에 와서 비로소 칼빈주의에 대해 배우게 되었고 개혁
주의를 배우게 되었다. 

개혁주의를 배우면서 얼마나 가슴이 뛰었는지 모른다. 신학교, 신학생들의 부정적 모습 때문에
신학교 가는 것을 만류하던 주위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그런데 막상 신학을 공부하면서 왜 진작
5년 전쯤 일찍 시작하지 않았는지 후회가 되었다.  신학공부는 그저 신학교에서 지식적으로 신학
을 배우는 것에 그치려던 내게 많은 도전을 주었다.  청년기 신앙생활에서 고민했던 것들을 신학
적 사고를 통해 재조명할 수 있었다. 한국교회가 표방하던 개혁주의가 고리타분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깊고 혁신적이고 우리 삶을 흔들어 놓는지 깨닫게 되었다. 흩어진 파편같은 일상의 신앙 
고민들이 연결되고 더 깊어지는 것을 경험했다.  동시에 많은 목회자들이 신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배운 신학을 목회에 적용하는 경우는 드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신학교에서 개혁주의
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은 탓도 크다고 본다.  일례로 총신을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온 목사도
개혁주의의 핵심 개념을 명확하게 요약해내지 못하는 것을 보았다. 그저 신학 교과서를 지식적
으로 배우고 외워서 공부하여 졸업했으니 신학적 사고가 부족한 것이라 여겨진다.  그에 비해 
나는 신학적 사고를 강조하던 교수로부터 신학을 배우게 된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한국교회가 크게 성장하고 세계선교에 더 많은 참여를 하고 있다는 통계를 보면서도 목회 현장
의 현실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 없다.  개혁주의 신학을 목회에 적용하지 못해서 교회가 세속화 
되어가고 자유주의, 성장주의에 밀리는 것 같다.

개혁주의를 더 깊이 있게 배우기 위해 미국으로 가서 공부할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조직신학을 공부하면서 알게 된 것은 현대신학에서 개혁주의는 소수라는 것이다. 현대신학에서
는 복음주의가 더 큰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단순히 교회사 속에서 운동(movement)으로 시작
되고 발전해 왔던 복음주의가 아니라 신학적 체계를 세워가는 신학적 복음주의를 보게 되었다.  
안타까운 것은 현대신학에서 복음주의에 비해 개혁주의의 학문적 기여가 매우 적고 제한적이라
는 것이다.  복음주의의 한계를 보면서 개혁주의가 더욱 현대신학의 논쟁에 참여하길 바라마지
않았다. 그러나 현실은 몇 개 남아 있는 개혁주의 신학교마저 흔들리는 모습뿐이었다.  미국에 
개혁주의를 배우러 왔지만 오히려 구석에 몰려 있는 개혁주의의 현실을 보고 실망이 많았다. 

그러나 공부를 하면 할수록 논문을 쓰면서 드는 생각은 개혁주의가 현대신학에서 가장 성경적인 
신학이라는 것이다. 학문적 토론의 장에 적극 참여하고 다원화된 복음주의 미래를 바르게 이끌어
가는 것도 개혁주의라고 확신한다. 포스트 모던시대에 개혁주의가 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화려
한 논리보다 더욱 두텁고 포괄적이며 깊이 있는 방향으로 개혁주의 신학이 연구되고 발전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Posted by 작은샘